게으르다는 말을 들으면, 무척이나 화가 납니다. 분노버튼을 꽉 누른 듯한!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는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일단 흥미가 생겼습니다. 정말?

​[우리가 ‘게으르다’고 치부하는 사람은 대개 절대적인 한계에 다다른 사람이다. 그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책임과 스트레스를 끌어안으며 매우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해진 요구가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보다 크기 때문에 우리 눈에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우리는 개인 문제를 용납될 수 없는 변명으로 보도록 배웠다.]
p28

우리는 생산성있는 사람이 되길 원하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쓸모가 있느냐? 돈을 얼마나 버느냐? 인정을 얼마나 받느냐? 마치 앞만 바라보도록 경주마같다고나 할까요..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불호령이 떨어지지요. 이제는 내 안에서 스스로 그렇게 평가합니다. 만족하면 안된다, 계속계속 앞으로. 그렇게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섭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언제까지 내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야 되나요??!!라고 냅다 소리질렀던 내담자가 생각납니다. 그러게요, 내 가치를 왜 생산성으로만 보여줘야 하나요.

[게으름이라는 거짓이 미국 전역에 확산되게 한 주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청교도인의 이주였다. 청교도인들은 누군가 근면 성실한 일꾼이라면, 그것은 신이 그를 구원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신호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반대로 누군가 주어진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이미 저주받았다는 신호였다. 물론 이것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은 동정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다.]
p44

지금의 우리 상황하고도 비슷합니다. 게으르다는 것은 죄악인 것이죠.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갖습니다. 엄청난 이데올로기인 셈입니다. 부당해도, 할말이 있어도 “넌 게을러, 넌 루저야”라는 저주의 말로 내 자존감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착취당하는 집단들은 불평 없이 열심히 일하는게 미덕이며, 자유시간을 원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가르침을 받습니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휴식에 대한 욕구가 우리는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설득하려 한다. 동기가 없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한다고 믿게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과 게으름은 약간의 휴식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으름을 두려워하기를 멈출 때, 우리는 반성하고 재충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교감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일부러 느긋한 속도로 세상을 헤쳐 나아갈 시간을 찾을 수 있다.]
p63

[그렇다면 우울한 사람은 왜 그렇게 게으른가? 우선 우울과 싸우는 것은 온종일 매달려야 하는 근무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울한 사람은 뇌가 종일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에 대항해 싸우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많이 잔다. 수면의 질이 낮기 때문에 8시간의 휴식에서 얻는 에너지가 우울하지 않은 사람보다 적다. 중증 우울을 앓고 있을 때, 특히 자살 충동을 느낀다면 수면은 절망에서 벗어날 유일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우울한 사람의 게으름은 실제로 몸과 마음이 그를 보호하며 치유하고 있다는 신호다.]
p77

[십중팔구 ‘게을러’보이는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열심히 일했으며 이제 잠시 앉아 쉬어야 한다는 신호다. 인간이 수행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색, 계획 혹은 창의력을 위한 시간을 요구한다. 우리는 컴퓨터도 로봇도 아니다. 먹고 자야 하는 것처럼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이 필요하다. ‘게을러’ 보일 게 두려워서 재충전의 욕구를 무시하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p92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모든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이 우리가 불만을 접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믿기를 원한다. 튀어나온 모든 모서리를 갈아 매끄럽게 만들어 누군가를 최대한 무난하고 특징이 없고 ‘정상적으로 보이게’ 할수록 그와 주변의 모든 사람은 제도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생산성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게으름이라는 거짓이 하는 모든 다른 거짓된 약속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자기 패배적인 덫이다.]
p296

저자는 게으름이라는 거짓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연민과 연대라고 합니다. 우리가 함께 게으름에 대한 비난에 문제제기를 해야 하며 연민의 마음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를 주장합니다. 코로나19로 그 어떨 때보다 더 필요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에서 빗겨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 때,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함께 연대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새로운 관점, 잊었던 관점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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