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 매끼니때마다 만나는 필수템.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께서 경쟁적으로 주시던,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한번도 담가본 적이 없는 아이템. 이제는 어디서 생산하는지가 중요해진, 애정템 김치가 이 책의 중심 고리입니다.​

저자는 대기업 카피라이터로 9년 동안 일하다가 어머니가 운영해온 김치 공장으로 이직합니다. 카피라이터와 김치라니. 궁금한 이력인데.. 김치라는 매개로 이어진 진한 삶의 마늘냄새, 생강냄새, 젓갈냄새가 전해지면서 흡입력 좋게 버물어집니다.

[그런데 광고회사라는 타이틀이 사라지면…
“무슨 일 하세요?” 손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물었다. 이어진 대화는 이랬다.
“공장에서 일하는데요.”
“아, 그럼 원래 아픈 거예요.”
이제 나에게서 입체성은 사라졌다. 나의 거지꼴은 규칙에 속박되지 않는 제작팀의 분방함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잘 나가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다’는 반전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나는 한눈에 보나, 다시 보나, 누가 보나 자기 관리 못 하는 공장 사람이다.]
p32

충분히 공감가는 말입니다. 한때 삼성에;; 있었다는 것으로 나의 경력이 한방에 정리되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좋다는 대기업을 왜 나왔어? 그때는 그러고 싶었고 지금은 또 다르게 살고 싶습니다. 요즘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저자의 글이 꼭 나의 마음같았네요.

[네팔인이 양념을 하고, 한국인이 양념소를 넣는다. 중국인 양념을 버무려, 한국인이 비닐을 끼운다. 네팔인이 무게를 달고 태국인이 비닐을 묶어 몽골인이 라벨을 붙이고, 다시 한국인이 택배를 포장한다. 아니, 세상에. 그렇게 노력해서 온 곳이 또다시 글로벌 제작 본부라니!]
p44

[‘책 커버만 보고 내용을 판단하지 말라.’ 이 말이 김치 공장에 오면 이렇게 바뀐다.
‘하루 배추만 보고 그 공장을 판단하지 말라.’
계절은 어찌나 혹독하고, 배추는 어찌나 예민한지. 배추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날 그날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김치를 만드는 것, 그게 김치 공장이다.

그러니 오늘도 기도한다.
배추는 올라잇하고, 양념은 염염하기를.]
p69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김치 공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만나면 ‘방아쇠수지증후군 샤카’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우리가 이 생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참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참 기특하지 않냐고. 내가 너의 아픔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너의 삶을 나 역시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말로 하면 오그라들지만 손으로 하긴 참 편하지 않나. 샤카.]
p113

서퍼들끼리하는 인사와 응원의 메시지라는 ‘샤카’. 이 작은 동작을 김치만들다가 생긴 손가락 증후군에 유머있게 섞어낸 부분은 웃픈 느낌이 들었어요. 이왕이면 유머로 승화시키는 힘. 이 책을 읽으면서 김치공장 안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관찰해온 저자의 섬세함과 내적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의 단결된 힘, 연결된 정서, 굳건한 우정 그 특유한 힘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음 한편이 허물어지는 것 같다. 여자들이 일하는 방식은 분명 남자들의 것과는 다르다. 여자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단단해진다. 약해서 흘리는 게 아니다. 단단해지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키가 160센티미터도 안 되는 두 여자가 서로를 격려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해냈다. 누군가 보기엔 너무 작은 성취, 별것 아닌 일들. 그러나 나에겐 두 분이 걸어간 길이 너무 아득해서 가끔은 두 분의 옛날 일을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모든 길에는 끝이 있다고.]
p275

이 책을 읽고 나면 김치 냄새가 나고, 외국인 노동자가 달리 보이고, 의지적인 엄마들이 생각나고, 김치를 더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이 공장의 김치를 택배시키고 싶어질 겁니다. 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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