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듯,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책입니다. 이제는 깻잎 한장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 오묘한 마음이 듭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들과 나의 삶이 무관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해서 공정무역 커피와 아프리카 생산자들의 삶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깻잎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어떤지는 몰랐다. 동물복지 제품을 고르며 스스로를 ‘가치’ 소비자로 여긴 적도 있지만 그 동물을 다루는 손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중략)..

4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해 있음을 보았고, 그들의 눈물로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이다.

p13

사회학도로 농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다가 이주노동자의 삶을 알게 된 저자는 이 책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목적을 둔 듯 합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일단 저에게는 성공적이었어요.

도시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더 쇼킹한 것은 그들의 처우방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후진적이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일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숙사비라는 명목으로 착취하고, 돼지우리같은 곳에 화장실도 없고, 끝내는 추워서 얼어죽는 현대판 노예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에 화가 났습니다. 이런 취급을 받은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K-문화라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 이면에는 이런 잔혹함이 있다니..

성실근로자 제도는 잘만 운영한다면 고용주와 노동자에게 모두 이득이다. 사업주는 노동자를 새로 고용하면 일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지만 기존에 4년 10개월 동안 함께 일한 노동자를 재고용하면 그런 부담이 없다. 이주노동자는 4년 10개월을 추가로 일할 수 있어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기존에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을 하기에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중략)..많은 고용주가 ‘성실근로자’로 다시 데려오겠다고 약속하면서 고용 기간 내내 이주노동자들을 옭아맨다. ‘성실근로자’로 재고용할테니 열심히 일하라고 강요하거나 조금이라도 일을 못하면 ‘성실근로자’로 데려오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p58

“그래요? 우리가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최저임금의 절반만 준다고요? 그럼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세금도 절반만 낼게요.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음식 값도, 버스 값도 절반만 낼게요. 그러면 될까요?”

p94

이주노동자는 그의 손과 더불어 그의 일생이 함께 온다. 이 나라의 국민은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먹고, 축제를 열고, 마을과 사회에 어울려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p128

왜 이 책의 제목은 깻잎을 모티브로 했을까? 이주노동자들은 보통 4년 10개월이라는 정해진 기간 안에 돈을 벌고 돌아가야 하는데 계절성 작물을 하는 곳은 몇달씩 쉬어야 한다고 하니 손해가 나는거죠. 배추나 사과농사를 하던 분들도 1년 내내 노동집약적으로 일해서 벌이가 되는 깻잎으로 작물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그런데 이 깻잎농사는 일이 힘들어서 이주노동자들도 기피하는 농사라고 합니다. 농장주에게는 수익이 나는 농사라서 열심히만 이주노동자들을 부리면 돈벌이가 제법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수익을 가져다주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시골인심을 베풀며 사람대접을 줄만도 한데..현실을 그렇지 않아서..안타까웠습니다. 결국은..돈이 사람보다 먼저가 되어 버리는 세상이 된거죠.

우리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재료들이 어디서부터 왔을지 생각해보며 오늘도 지내보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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