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제는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이다. 다시말하면 저자가 불안증 환자라고 커밍 아웃하며,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고 궁금해서…열심히 자료를 모아놓았다. 저자인 스콧 스토셀(Scott Stossel)은 애틀란틱 에디터이고, 뉴오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기고해왔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가 아니면서, 어떻게 이렇게 방대하고 섬세한 글을 엮을 수 있었는지, 게다가 불안 때문에 힘들었는데도 말이다. 그는 분명….유전자가 좋은게야…(불안 유전자..결국 자녀들도 불안상태를 보여주는, 하지만 의연하게 대처한다)
첫장부터 본인의 불안이 끓어오르는 결혼식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교회 제단에 서서 신부가 통로를 걸어나오길 기다릴 때부터 울렁거리고 욕지기가 나고 땀이 비오듯하며, 정말 기절할 것 같은 공포감을 견디며 거의 신부에게 매달려 통로를 나오면서 결혼식을 마친다. 불안감을 얘기할 때 우리가 모르는 부분.. 얼만큼이길래? 이 책에도 나오지만, 심하게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참전용사에게 지금이 힘드냐, 전장이 힘드냐 물어봤는데, 차라리 전쟁터로 다시 가고 싶을 정도!라고 했단다. 그만큼 공포와 불안 속에 있는 그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저자는 두 살 때부터 죽 공포증, 불안, 신경증을 지닌 예민 덩어리였으며, 열살 때부터 오늘날까지 죽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다. 개인상담치료(30년), 가족치료, 집단치료, 인지행동치료, 합리적 정서치료, 수용전념치료, 최면치료, 명상, 역할연기치료, 자극감응 노출치료, 실제상황 노출치료, 지지적, 표현적 치료, EMDR, 자가치유서, 마사지요법, 기도, 침술, 요가, 스토아 철학, 밤중에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주문한 카세트테이프. 약도 엄청나게 열거했다……..맥주, 와인, 진, 버번, 보드카…… 저자는 이 중에 효과가 있었던 것 : “없음”이라고 적는다. 전혀 없던 것은 아니나 불안을 근본적으로 치료한 것은 없었으며, 따라서 불안을 안고 조금이라도 달래고 진정시키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것 자체가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는 일환이라고 한다.
불안은 없어져야 할 것인가? 인간의 삶 조건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불안해야 무엇인가를 극복하고 성장하려고 한다. 불안은 어쩌면 인간 역사의 발전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불안한 사회를 연출하면서 불안함을 느끼면 약자로 취급한다. 실패한 사람, 공격당해도 괜찮은 사람? 티내지 말아야 하며, 그것을 다스릴 수 없다면 이 험난한 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그러니 빨리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효과가 가장 빠른 것은 “약물”이다…. 미국 영화보면 약을 입에 털어넣는 장면, 세면대 위의 장식장에 약들이 줄지어 있는 장면이 흔하게 나온다. 이런 이미지를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면, 약먹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약먹는다고 다 해결되지 않음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물론 증상이 아주 심해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는 약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포심이 심해질 때는 빠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약을 털어넣는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복용량이 늘어나고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부작용 또한 항상 동반된다. 그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듣는다면(별로 설명안해주지만..) 못 먹을 것이다. 아마도.. DSM체계, 약물관련한 내용도 이 책에 자세히 탐색되어있다. 지루하더라도 다 읽어볼 것!
자연스러운 주름살을 없어져야 할 것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불안함을 감수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데도, 잘못된 것으로 더 몰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저자는 불안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불안이 좋은 점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적, 창의적인 사람들은 재능과 함께 불안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 고도의 예민함이 때로 위대한 과학을 낳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심리학자가 천재의 심리연구에 수십년하면서 저명한 과학자의 1/3 가량이 불안이나 우울 또는 둘 다에 시달렸다고 추정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불안 기질을 연구한 사람도 강박적이고 실수를 하지 않고 자료를 정리할 때 신중한 걱정꾼들이 일을 더 잘한다고 발표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다 보니 본인의 무력함과 무능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 책을 마침으로써 어떤 종류의 능력, 끈기, 생산성,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있음을 드러낼 수도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어쩌면 약물에 의존하고, 병원에 의존하고,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병적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고, 때로 참을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주는 불안에 취약할지라도,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깨닫는다. 결혼식에서도 살아남았고 심한 불안이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증거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책 정보로는..간지러운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