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동안 조현병을 앓고 그토록 되고 싶었던 심리학자가 된 저자가 있습니다. 조현병이라는 커다란 괴물앞에서 버티고 살아내고 희망의 끈을 어떻게든 붙잡은 저자의 경험을 읽어가면서 마음이 아팠네요. 우린 참..정상과 비정상을 쉽게 구분짓고 치료라는 명분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이것이 최선이었다고 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느 곳에서는 절대로 적용되면 안되는 것인양 너무나도 멀리 있음을 느꼈습니다.
예전 석사시절에 모 정신병원에 상담자원봉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간 그날로 입원병동으로 친절한(!) 담당 의사가 직접 안내를 해주었어요. 난 솔직히 너무 무서웠어요. 아, 이렇게까지 아동청소년 입원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보여주시지 않아도 되는데;;;;난 아직 마음이 준비가 안되어있는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죠. 그 다음 주 바로 내담자들 5명을 배정해서 상담하라고…하는 바람에 머리가 하얗게 되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저에게도 선입견이 엄청 있었던거죠. 상담하면서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간호사들로부터 듣고 병원이 무서운 곳만은 아니구나,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 애들이 많구나. 오랫동안 약물 복용하면 근육이 긴장되어 움직임이 이상하게 되는구나. 아이들이 정말 투명하구나..그런걸 배웠지요.
다시 돌아와서….이 책에서 저자의 경험은 가족들의 배경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지만, 조현병을 견디며 자신의 속마음, 복지와 관련한 국가의 안전망에 대한 한계, 희망의 위대함을 솔직하게 알려주어 감사했습니다. 조현병 환자라고해서 인간이길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느끼는 바를 말하고 싶고, 관심도 받고 사랑도 받고 싶은 유기체라는 점을 간과한 건 아마도 외부 사람들일겁니다.
[증상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밝혀내는 일은 중요하지만 해석에는 항상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 증상을 해석하는 일은 몇 가지 기본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곧바로 사고로 연결된 위험이 도사리는 고난도 스포츠와 같다. 첫째, 증상은 그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의 것이므로, 단지 그 사람만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론지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증상이라도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기능을 가질 수 있으며, 동일한 행위라도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도 있다.]
p67
[“너는 여전히 내 딸이야, 아른힐(저자의 이름). 너는 가족과 전통,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예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잖아. 예쁜 것과 소중한 것을 깨뜨릴 만큼 너는 미치지 않았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아프지도 않고, 너는 언제나 우리 딸이야. 너는 집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야. 우리 집에서 너는 아른힐이야.” 나는 이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서 미친 짓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단지 진단과 설명만 중요하게 여겼던 시기에 내가 종이처럼 얇은 도자기에 담긴 차와 믿음을 홀짝이며, 환하게 빛나던 5월의 시간을 보낸 일을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잊지 않을 것이다.]
p119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급적 정확한 분류나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정보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치료하는 대상은 ‘조현병’이 아니라,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완전히 다르다.]
p186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상이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나는자주죽고싶었고_가끔정말살고싶었다
#조현병환자가심리학자가되다
#아른힐_레우뱅
#생각정원
#조현병환자도_삶이있다
#희망이라는끈은그누구에게도중요한것
#조현병에대한생생한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