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나면 퓨마가 보고 싶고, 근질근질거리는 보호소를 가보고 싶을겁니다. 마치 밀림에서 진짜 삶을 사는 것 같은 끈적거림, 역한 냄새까지도 맡게 되는 느낌이 들었지요.
저자인 로라 콜먼은 남들하는대로 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 전공을 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하다가 볼리비아에서 정글에서 버려진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곳에 갑니다. 인류애의 발현! 착한 일을 해보자. 뭐 그런 심정이었겠죠. 첫 날부터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으로 언제든 탈출해야겠다했지만…그 인연이 무려 15년이나 된다는 사실을 저자는 그때 몰랐습니다.
처음 돌봐야 하는 동물로 배정된 퓨마(80가지로 전세계에서 불린다는 그 고양이)의 이름은 와이라(‘바람’이라는 뜻).
[나는 힘없이 청설모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원한다. 뛰어! 와이라의 입에서 군침이 뚝뚝 떨어진다. 그의 얼굴이 위쪽을 향한 탓에, 어둠 속에 사는 짐승처럼 눈이 더 큼지막해 보인다. 눈앞의 사건을 전부 담아낼 작정으로 눈이 점점 더 커진다. 케이지에 있던 와이라는 작아 보이기만 했던 게 아니었다. 짓눌린 것처럼 보였다는 게 맞다. 밖에서 보니, 그는 자신이 채워야 했던 공간을 이제야 채운다는 듯 부풀어 있다.]
p55
[넷째 주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쓰라린 발로 길을 나선다. 이곳은 별이 보이는 유일한 장소다. .(중략)..런던에 살 때는 눈이 침침했다. 언제나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중략)..이제는 다르다. 다시는 눈을 감고 싶지 않을 정도다..(중략)..어떻게 이것들을 놓친 채 수많은 세월을 보냈을까? 도시 혹은 술집에서. 런던 지하철에서. TV를 보면서. 컴퓨터를 하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면서.]
p120
가혹하게 힘든 정글 속이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발자국씩 교감하는 동물들이 있고, 여때껏 알지 못했던 자연의 경이로운 세계가 있고.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가장 부러웠어요. 언젠가는 알게 되는 날이 올까요?
[물 속을 응시하는 와이라를 보면 이따금 그가 용기를 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이해한다. 허세 부리기, 하악거리기, 으르렁대기. 전부 그의 대처방식이다. 미소 짓기와 괜찮은 척하기가 나의 대처 방식인 것처럼. 내가 나뭇가지를 밟자 와이라가 1미터가량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제 그림자조차 무서워하는 퓨마다. 야생을 두려워하는 퓨마.]
p140
작가는 와이라와 교감할수록 자기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신뢰하게 됩니다. 어떻게해서든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이 서로를 이어주는 장면은 감동스러웠지요. 보호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우리 인생에서도 겪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말이지요.
[나와 와이라…우리의 관계는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서로를 믿는 법을 배우고 그 믿음을 부서뜨리길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도 부서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덕분에 난 더욱 강해졌다. 그럴 때마다 와이라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 관계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앞으로 또 이런 관계가 형성되리라고 감히 바랄 수 없을 것 같다.]
p343
하고 싶은게 있으면 해라. 더 움직여라. 시간은 간다. 나에게 열정은 어디로 간거야?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다그칠 때, 이 책을 만나 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와이라가 생기겠지. 열정에 불을 지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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