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Reviving Ophelia”이며, 25년 개정판 기념으로 새롭게 더 추가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 교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5년 후 개정판에서는 그녀의 딸인 새러 파이퍼 길리엄과 함께 책을 썼다고 하니, 매우 뜻깊은 책이기도 합니다.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서고금 보편적으로 힘겨운 투쟁을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사춘기 시절의 청소녀들은 제대로 된 정보나 교육없이 여성으로서의 삶을 폭풍우에 휩싸이듯이 보내게 됩니다. 메리 파이퍼 교수는 이런 청소녀의 세계를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이 책의 내용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유용한데, 이것은 또한 변한게 많이 없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어서 떨떠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어의 이야기는 젊은 여성에게 파괴적인 힘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렸을 적에는 행복하고 자유분방했지만 청소년기가 찾아오면서 오필리어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햄릿과 사랑에 빠진 오필리어는 햄릿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만 산다. 오필리어는 내면의 방향성을 잃고 햄릿과 아버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투한다..(중략)..오필리어가 순종적인 딸이라는 이유로 햄릿이 퇴짜를 놓자, 오필리어는 비탄에 빠져 미쳐버린다. 자신을 짓누르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서, 오필리어는 꽃에 둘러싸여 강에 빠져 죽는다.]
p33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은 변화의 폭풍에 휩쓸려 땅 쪽으로 완전히 휜 어린 나무다. 세 가지 요소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이러한 폭풍에 취약해진다. 첫번째 요소는 발달단계다. 모든 것이 변한다. 체형도 호르몬도 피부도 머리카락도 말이다..(중략)..

두번째 요소는 항상 청소년기 초기에 여자아이들의 뒷통수를 후려쳐온 미국 문화다. 미국 문화는 오로지 외모로만 인간을 평가하기에 여자아이들은..(중략)..무슨무슨 ‘주의’로 넘쳐나는 더 넓은 문화로 이동된다.

세번째 요소는 부모의 지지가 가장 필요한 바로 그 시기에 여자아이들과 부모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이다.]
p38

[여자 아이들은 뒤섞인 메시지와 씨름해야 했다.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섹시해야 한다. 하지만 야해서는 안 된다.”솔직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독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다정해야 한다.”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을 위협할 정도로는 안 된다.’]
p67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여자아이들은 그들을 가짜 자아로 분열시키는 거대한 문화적 압력에 직면한다. 광고, TV, 음악, 그리고 또래 친구들에게 이러한 압력을 받는다. 여자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게 굴면 또래들에게 배척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진짜 자아를 거부해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남 앞에서 대부분의 여자아이는 자신에게 제시되는 모습으로 행동한다.]
p71

이 책이 처음 쓰여졌을 때보다 더 추가된 현상은 바로 인터넷, 스마트폰 문화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기소외를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가 늘 손에 들려있는 것이죠. 거기에 팬데믹이라는 환경이 더해져서 거울역할을 하는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경험이 적어지니, 소외와 단절이 난무하는 처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요. 이럴 때일수록 건강하고 수용적인 어른이 필요합니다. 저도 또한 필요하지만; 우리 청소녀들에게는 특히 필요할 때이지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는 여자아이 삶의 심층 구조와 의미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딸아이는 무엇을 가장 원하는가? 오백 명의 트위터 팔로워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인가? 딸아이가 사회적 수용을 가장 열망하는가, 아니면 더 깊은 목적을 향해 분투중인가? 온라인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가, 아니면 눈이 내리는 아침에 강아지를 데리고 달릴 때 가장 행복해하는가? 자신이 묘비명에 뭐라고 적히기를 바라는가?]
p569

“내 딸이 여자가 될 때”는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그 만큼 배울 점과 생각할 거리를 제시할 좋은 책입니다. 청소녀를 대상으로 일하는 심리상담사, 교사, 딸을 둔 부모 모두에게 도움을 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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