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저자는 종합병원의 내과의로 있다가 정신의학과로 전공 분야를 옮겨 내면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느끼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은 원인 불명의 증상을 안고 여러 군데를 전전하다가 오는 환자들을 주로 다룹니다. 그들의 스토리를 듣고 공감하며,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저자의 마음을 볼 수가 있어 반가웠습니다.

[의사들은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더욱 많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 행위로 해를 입히기까지 한다. 애초에 치료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을 환자로 만들고, 질병에만 집중하는 우리의 접근법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학적 실패로 분류하며,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의료를 제시한다. 이런 경우가 의학적 실패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된 것은 의사에게 인체를 이해할 전문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의사가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실패해서다. 그들에게 왜 이런 저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그들이 왜 의사를 만나러 오는지, 사람들이 의료진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22

[그날의 상담은 대화 내용보다도 대화의 어조가, 분위기와 뉘앙스가 더 중요한 경우였다. 어떤 심리치료사들은 이런 경우를 ‘제3의 귀로 들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단순히 상대가 하는 말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상대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무엇일지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
p92

사람을 대하는 직업은 어려운 일이 늘 생기게 마련이지요. 기술은 좋을지 몰라도 대상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수련과정에서 배운 적이 별로 없지요. 내가 어떻게하면 의사로서 잘 했다고 말을 들을까..이것이 세상의 잣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한 점을 흘려버리게 됩니다. 우여곡절을 통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지만, 그마저도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알게 됩니다. 나머지는 알 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않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가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직업군들에서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이 강조되고 또 강조되어야 합니다.

[모든 증상과 감정에 진단이 내려지게 되면, 사람들의 자립심이 줄어들고 개인의 건강과 행동에 대한 책임이 외부로 돌려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런 현상에 기꺼이 가담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상’ 범위에 있을 때도 그 행동을 설명하고 합리화해 줄 진단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듯하다. 이런 경우 의료 진단은 정말로 해로울 수 있다. 이런 식의 진단은 사람들을 쓸데없이 의사와 접촉하게 하고 불필요한 의학적 간섭의 수동적인 수용자로 만든다. 환자는 자신에게 나타난 어떤 증상도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느끼겠지만, 뒤집어보면 이는 그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
p175

병원에서 환자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않고 모니터만 보면서 어떻게 진단을 하는지 정말 놀라울 때가 있어요. 마치 앞에 있는 사람은 그냥 물건인양 기계처럼 물어보고 기계처럼 약처방을 주는데 화가 날 때도 있었지요. 우리도 존중받고 싶어요. 아플 때 가는 곳이 병원인데 2차로 더 아파서 괴롭다면 또 가고 싶을까요?

저자의 아래 이야기에 전적으로 한표를 던지고 싶었어요. 좀 더 많은 의료진, 상담자들이 이 책을 읽고 되돌아보길 권해봅니다.

[환자가 의사와 같은 시각으로 상황을 보게 하려면 시간과 인내와 요령이 필요하다. 하지만 명백히 우울증이 아닌 증상을 치료하겠다고 효과도 없을 항우울제를 계속 처방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을 것이다. 환자에게 뇌 내 세로토닌 결핍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 결핍이 문제임을 인식시키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의사에게 그럴 경험과 배포가 있다면 환자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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