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무겁고도 중요하며, 필수적인 이해가 필요한 주제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뭉클하고, 의지를 다지게 했습니다.

*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분들, 상담심리사로 일하고 있고, 혹은 “관계”를 다루는 직업군에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가정폭력 중 아동 학대와 살해는 대중의 큰 공분을 일으키지만, 상대적으로 아내에 대한 폭력은 그렇지 않다. 여성(주의자)들조차 아내는 남편과 같은 성인인데 ‘왜 저항하지 못하는가’ ‘왜 탈출하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앤드리아 드워킨과 함께 미국의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이론을 닦은 캐서린 매키넌은 “감옥에 있는 죄수에게는 왜 탈출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며, 폭력 피해 여성에게 집은 감옥과 같은 공간임을 역설한다.]

–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중에서

집이 가장 위험한 장소라니… 스윗홈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선 무용지물로 보입니다. 부모의 폭력적인 상황이 아이들에게도 애착, 정서, 생물학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이 세대유전이 된다는 것,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 보건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인 것입니다.

저는 뉴스에서 누군가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데, 그 옆에 있는 방관자들을 볼 때 더 화가 나더라구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의식은 연대의 길을 끊어버리고,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꼴이 되는거죠.

방송이나 매스컴, 영상산업 전반적으로 폭력이 미화되거나, 자신의 정의를 위해서는 정당한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이런 폭력적인 문화는 폭력의 심각한 사태를 부추깁니다.

​이 책의 저자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는 문학교수이자 가정폭력 전문가로 가정폭력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예견해서 예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인터뷰를 하기 위해 피해자(살해당한 사람들 이외)들과 가해자들, 남겨진 가족들을 만납니다. 이 책은 어떤 과정이 그 안에서 도사리고 있었는가, 폭력의 전과정을 살펴보며 몇 개의 사례를 통해 전문적인 법 영역, 복지 영역, 심리 영역까지 매우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 중에서 폭력에 노출된 위험도 높은 여성들은 자존감이 낮고, 어린 나이에 나이 차이가 있는 남성과 결혼을 하고, 부모 중에 아버지가 없는 경우, 의지할 관계가 다 끊기거나, 경제활동이 없어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비중이 컸습니다(물론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모두 가정폭력에 시달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의 경우,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구가 크고, 자기도취가 심하고, 타인과 있을 때와 집에서의 태도가 극명하게 이중적이고, 매력적인 경우가 있어서 주변사람들은 전혀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캠벨은 초기 연구에서 목조름이 위험 신호 중 하나라고 지적했는데, 알고 보니 주먹질이나 발길질보다 훨씬 중요한 지표였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60%가 학대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 어떤 시점에 목졸림을 당하고(수년에 걸쳐 종종 반복적으로) 목조름 가해자의 압도적인 다수는 남성이다(99%). 의식을 잃을 정도로 목졸림을 당한 사람들은 그 사건 이후 뇌졸중, 혈전, 흡인(자신의 구토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으로 최초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위험이 가장 높다. 이런 사고는 뇌로 공급하는 산소를 끊어버리기 때문만이 아니라, 머리에 둔력외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가볍든 심각하든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목졸림이나 뇌손상 검사를 받는 경우는 드물고, 피해자 스스로도 그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이 의식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는 공식화된 진단이 드물고, 폭행과 부상이 과소평가되며 학대자가 더 가벼운 혐의로 기소당한다는 의미이다…(중략)

“통계적으로 이제 우리는 손이 목 위로 한번 올라오면 그다음 단계는 살인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중략)

스트랙이 연구한 300건의 목조름 사건 중에서 피해자가 소변이나 대변을 본 경우도 많았다. 이는 공포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이다. 스트랙은 응급실 담당의인 조지 매클레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대소변을 보는 것은 땀을 흘리는 것이나 소화처럼 우리의 의식 아래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기능이고, 이는 자율신경계에 의해 통제된다. 뇌간에 있는 천골신경-이는 공교롭게도 뇌에서 가장 마지막에 죽는 부분이다-이 괄약근을 통제한다. 그러니까 대소변을 보는 행위는 공포에 빠져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 피해자들이 거의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경범죄로 기소되었다.]

–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한장 한장 그냥 넘어가기가 너무나도 버거웠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서로를 존중하며 연결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는 여러 얘기를 하는데, 우선 경범죄일 때 의학적이고 법적인 심리적인 차원의 접근으로 크로스체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예전, 한 사례를 가지고 현직 경찰,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교육청 관계자, 교사들이 모여 함께 수퍼비전을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틀안에서 중구난방으로 얘기하는거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다양한 면을 나누니 훨씬 풍부한 정보를 나누고,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했었습니다. 아, 이래서 협업이 중요하구나를 배웠지요. 이 책에서도 법, 의료, 복지 등의 벽을 허물고 서로 협업하는 조직체계의 중요성을 얘기합니다.

또 한가지 공유하고 싶었던 지점은 “쉼터”입니다. 트라우마에 가득차서 들어간 쉼터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적고, 대부분 금방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쉼터를 전전하기도 하고, 결국은 다시 지옥같은 집으로 들어가기도 하지요.그래서 다른 본보기인 “전환의 집(transitional housing)”의 형태를 제안하는데, 이 집은 좀 더 장기적인 주거를 제공하고 더 많은 자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더 자세한 설명은 책에서 보시길).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더 많이 생활해야 하는 이 현실이 폭력적인 상황으로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참으로 걱정되는 점이 많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주변인들에게 연락하고 서로 따뜻한 인사말을 나누는 것. 이것부터 시작해도 아주아주 큰 힘이 될거에요. 이런 작은 연대 활동이 모인다면, 거대한 폭력 장벽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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