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편의점 사장이면서 에세이스트입니다. 예전에 일본 작가의 ‘편의점 인간’을 읽었던 기억도 났어요. 이 책의 부제는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에게’인데 작가의 의도가 더 선명해지더라구요. 저자의 부모님이 운영했던 가게들로부터 현재의 편의점까지 마치 한국의 현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주농약사 시절을 생각하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밥을 먹다가도 손님이 오면 뛰어나가던엄마 아빠의 모습이다. 장사꾼으로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고, 장사가 잘되니 행복한 일이기도 했지만, 식사를 평온하게 마치지 못하고 늘 어수선했다..(중략)..차갑게 식은 밥을 먹으면서 식탁이 있는 집, 초인종이 달린 집에 살고 싶다는 욕망 또한 키웠으리라. 부모님의 바람은 우리들의 소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우리는 그것을 이루었다.]
p63
저자의 어린 시절을 보노라면, 저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 살던 골목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개발이 안되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개발이 안될 정도로 인접도로가 넓지 않은 곳인데 예전엔 정말 커보였어요. 한번 더 찾아가봐야겠어요. 지금은 바뀌었을까.
[사람이 한 줄기 바람이고 인생이 바람이 지나는 길과 같다면, 바람이 지금 어느 길목을 지나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먼 길 지나 바람이 지난 길을 돌아보면 그제야 그 길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 풀이하게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바람의 여정이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안타까워 할 필요까진 없겠다. 어쨌든 다 지나간 길이니까.]
p82
[“아버지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요?”
“행복?”
행복이라는 말을 태어나 처음 들어본 사람처럼 아버지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이 글을 쓰드만 시인이 다 됐네.”
잠깐 침묵이 흘렀다.
“행복이라….”
아버지가 운을 띄웠다.
“너희들이랑 있을 때는 언제나 행복했지.”
“아니 그러니까, ‘언제’가 행복했었냐고요.”
취조하듯이 따졌다.
“언제라니? ‘언제나’라니까.”]
p172
아버지의 한 끝 차이나는 언제가 아니라 ‘언제나’라는 대답에 놀랐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어요.
[거리에 있는 숱한 가게를 볼 때마다, 더욱이 식당을 볼 때마다, 나는 저곳이 그냥 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을까 상상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국밥 한 그릇 허투루 먹을 수 없게 된다. 부모님은 내게 그런 것을 가르쳐주셨다. 한마디 말도 없이 가르쳐주셨다.]
p176
저도 1인 상담실을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비즈니스에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후배나 동료들의 창업을 독려하기보다는 잘 생각해보라는 현실성을 더 강조하게 되더라구요. 어쩌면 창업의 경험이 저를 더 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됩니다.
[그 무렵 나는 내가 지닌 특기 하나를 발견했다. ‘잘 웃는다’는 것이다. 편의점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손님을 상대하는 일이 좀 쑥스러웠다. 며칠 전까지 나도 회사에 다니던 사람인데 갑자기 편의점 점주가 되어 손님들 앞에서 고개 숙이려니 어째 어색했다. 옛 동료들 앞에 허리를 굽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어느 순간 어색함은 달아났고, 굽신거리며 인사하고 웃으면서도 왠지 그것이 ‘이기는’ 느낌이 들었다. 친절하게 행동할수록 더욱 이기는 느낌이랄까.]
p302
행위를 해석할 때 어떤 방향으로 바라볼 것인가. 그건 개인의 역량과 경험에 차이가 있겠지요. 저자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었고 현명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편의점이든 가게이든 어디서나 먼저 인사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들의 노고가 배어있을테니 충분히 사례하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셔터를_올리며
#봉달호
#나를키운작은가게들에게
#다산북스
#밥벌이는위대하다_자영업자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