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은 잘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힘들어서 말이지요.
사별과 관련된 이슈들로 가득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어머니와의 어린 시절 사별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17세때 2년동안 투병하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엠블런스에 실려간 후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채로 사별합니다. 이 후의 삶에서 여러 복잡한 심경으로 버텨오다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면서 치유가 되었고 사별과 관련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사별한 아픔이 있는 남성과 여성 81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썼고, 특히 어린 시절 사별을 경험한 뒤 오래도록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초점화했다고 합니다.
[모두 종합해보니 내가 정말 어마어마한 수의 상실을 들여다보았구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사별의 아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경험한 사별의 아픔은 결코 잊어버리거나 벗어나거나 넘어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어떤 아픔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진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사별의 크나큰 아픔은 오히려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 생각, 바람, 기대, 행동, 두려움에 영향을 미친다. 그 아픔은 사별 이후에 이어지는 인생 내내 우리와 함께 한다.]
저자는 훨씬 더 긴 애도의 시작에 불과하며, 바로 이 상실의 시간을 “애도 후의 애도(aftergrief)”라고 명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별을 겪은 이의 단기적인 고통을 완화하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애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사별을 ‘극복’한다는 생각을 극복하고 사별은 물론 사별이 수반하는 모든 결과를 ‘함께’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외상 후에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주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적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대다수는 고난을 통해 배운 점을 불과 몇 년 안에 적어도 하나 이상 발견했다. 예컨대 그들은 고난을 겪은 뒤 공감 능력을 키우거나 삶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거나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거나 강인한 내면을 가지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사별 후에도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들은 비교적 무난한 수준의 복합적 애도를 겪었으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더 건강했다. 실제로 성인의 경우 삶의 트라우마적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여부는 사건이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예측하는 부분에서 가장 강력한 지표에 해당한다.]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 후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애도 5단계설을 접하고 이렇게 적용되겠구나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부인, 분노, 협상, 우울, 수용. 아니 고작 5단계라니! 얼마나 어렵겠어, 나도 해낼 수 있고 다른 누구보다 빨리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그 환상은 깨졌지요. 왜 엄마는 딸의 졸업식에 없는거지?? 난 해결했는데 왜 화가 나지?. 이 5단계 이론은 죽음에 대한 문화적 담론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했지만, 우리의 상실감은 마무리가 그렇게 깨끗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합니다. 애도는 딱 한번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연속되는 것임을 받아야 들어야 합니다.
[애도를 ‘상자 안의 공’으로 비유하는 설명이 인터넷에 돌아다닌 적이 있다…(중략)..안에 공이 든 상자 하나가 있다. 상자 안에는 ‘고통’ 버튼도 설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공이 엄청 크다. 그래서 상자를 움직이면 공이 ‘고통’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 공은 상자 안에서 제멋대로 달그락거리면서 버튼을 끊임없이 누른다. 당신은 어쩔 도리가 없다. 계속 고통과 아픔을 느낄 뿐이다. 때로는 그 고통이 영원할 것만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이 점점 작아진다. 이제 공은 버튼을 덜 누르기는 하지만 버튼이 눌릴 때 느껴지는 고통은 여전히 같다. 일상 생활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어서 낫기는 하지만 문제는 공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멋대로 버튼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공이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공이 거대할 때에 비해 버튼에 부딪히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그만큼 도중에 회복할 시간이 많아질 뿐이다..(중략)..오늘은 공이 정말 크다, 혹은 좀 작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비유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다.]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외상 후 성장 과정에는 크게 8가지 변화가 수반된다고 합니다.
1. 전반적으로 삶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증가
2.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변화
3. 우선순위가 급격히 뒤바뀜
4. 타인과 더욱 친밀하고 뜻깊은 관계를 형성
5.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공감하고 연민과 관용을 잘 베풀게 됨
6. 자신의 약점을 이해하는 데 더해 자신의 강점을 발전시킴
7. 정신적인 문제나 존재론적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짐
8. 죽음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생 서사를 구축함으로써 정체성 변화를 경험함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하고 용기를 내어 표현해야 하며, 경청할 사람들을 찾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상자 안의 공’의 크기는 얼마나 되나요? 책의 말미에 이런 글이 나오는데 공유하며 마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통은 견딜 수 있는 무언가로 변해갈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일단 양손을 내밀어 한 손에는 슬픔을,
다른 한 손에는 감사함과 경외심을 담자.
그리고 양쪽 손바닥을 눈앞에 맞대 둘을 하나로 합치자.
이것이 바로 프랜시스 웰러가 ‘삶의 기도’라고 부르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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