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용한 치료”의 책 제목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정말 조용히 하는 치료라는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일까..부제가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인데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침묵으로?
저자는 치료자와 내담자를 만나 치료과정을 인터뷰합니다. 인터뷰하려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저자 또한 심리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첫 장은 본인의 치료기록을 축어록으로 풀어놓았습니다. 그림으로 알게 된 내면의 세계. 그리고 모래놀이치료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모래놀이치료란 클라이언트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카운슬러가 있을 때,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거쳐 비로소 이루어진다. 도라 칼프는 로언펠드의 세계기법을 모래놀이치료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가 중요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어떤 표현이 나타나든 이를 수용하고자 하는 치료자의 안정된 태도가 모래상자에 나타나는 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칼프는 이를 ‘어머니-자녀-일체성’이라고 말하며 ‘자유로운 동시에 보호받는 공간’을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내는 일이 치료자의 임무라고 역설했다.]
p68
모래놀이치료라는 분야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언어로 하는 치료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내담자들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습니다. 언어이든 비언어이든 결국은 나 자신의 통제권을 회복하는 것이 마음치료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자의 수용적인 태도는 매우 가치가 있는 도구이지요. 해결해주고자 하는 압박감, 침묵을 견디는 지혜, 희망감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치료자에겐 늘 도전하게 만드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치료자로서 살아간다는 건 ‘득도’의 경지를 향하는 것 아닐까싶어요.
[우리 임상심리사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해서 하는 일의 근본에는 이런 게 있다고 봅니다. “정면에서, 제대로, 도망치지않고 이야기를 듣는 일”, 사회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할 수 없고, 회사에서도 할 수 없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할 수가 없어요. 이게 바로 우리가 제대로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p100
이 책에서 말하기를 ‘한 사람의 카운슬러가 제 몫을 다하게 되려면 25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이런;; 여러분 계산이 가능하다면..전공하는게 만만치 않겠지요?
이 책에서 소개된 사례가 정말 인상깊었어요. 기무라 하루코의 논문 ‘중도 실명 여성의 모래상자 제작’에 클라이언트인 이토 에쓰코를 인터뷰한 장면에서 많은 것을 느꼈지요. 그녀는 결혼 후 시력을 상실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당했습니다. 양쪽 눈을 서서히 실명당하고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보행 훈련을 하는 곳에서 심리학에 입문하고 모래놀이치료의 선구자인 “가와이 하야오”의 강연을 듣게 됩니다. 그 후 기무라를 만나 모래놀이치료를 시작하게 되지요. 이토가 놓고 싶은 피규어를 기무라에게 말하고, 기무라는 그 피규어와 제일 비슷한 것을 선반에서 찾아 이토에게 전달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이토는 건네받은 장남감을 충분히 만져보고 확인하고 부합하면 모래 상자 위에 놓습니다. 이토는 모래상자를 꾸미면서 드는 느낌을, 기무라는 이토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의 느낌을 가능한 그때 그때 말합니다. 이렇게 작업한 15회를 끝으로 종결하지요. 그후 이토는 친척의 도움으로 혼자 살기로 하고 공방에서 조각 작업에 매진하면서 1998년 ‘아트패럴림픽’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이토는 그 후로도 기무라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기무라는 논문 끄트머리에 쓴, ‘시력을 잃은 대신 얻은 생명의 나무를 통해, 풍성하게 열매 맺는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되리라 믿는다’라는 문장은 이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p147
이 책에서 소개한 테두리 기법 또한 주목할만한 것이었어요. 도화지에 테두리를 그려넣을 때와 아무 것도 없을 때의 클라이언트들의 반응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계를 지워주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 있고,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겠지요. 아무것도 없이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 더 불안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고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치료자에게는 클라이언트의 특성에 따른 기법의 선택, 클라이언트에 대한 공감력, 그리고 과학적인 호기심이 필요하지요.
마지막 장에는 일본의 카운슬링 역사도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흥미롭게 읽었네요. 가까운 나라이지만 잘 모르는 역사이니까요. 저는 이 책으로 도라 칼프라는 심리학자도 궁금해졌고, 모래놀이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부할게 참 많아요~ 개인적으로 가까운 선진국인 일본에서 상담분야의 워크샵을 배우면 좋겠다싶어 상담실 오픈하고, 일본어 기초를 배웠었지요(지금은 다 까먹었지만TT). 상담의 연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 배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계속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무조건적인 외국이론 흡수가 아니고 말이지요..
#아주조용한치료
#사이쇼하즈키
#글항아리
#전화윤번역가
#모래놀이치료
#가와이하야오
#테라피스트침묵으로치료하다
#25년은되어야치료자라고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