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스터디 카페”에 대해 처음 들었습니다. 아, 요즘엔 그런 곳이 있구나. 상담실하는 것보다는 스터디 카페가 낫겠다며 맞장구를 쳤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교보문고를 서치하다가 어머나..! 첫 장 제목이 [스터디 카페를 열기로 한 건 꽤나 멍청한 생각이었다]로 시작하는 책을 발견했고, 호기심에 구매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으로 제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낸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 썼다고 하네요. 그런만큼 매우 현실감이 있었어요. 주인공 ‘대한’은권고사직과 함께 5000만원을 손에 쥐고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카페를 자신이 잘 안다고 자부하는 동네에서 개업해서 자영업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저도 같은 심정으로..시작했던 7년전이 오버랩되네요). 그러나 대한의 이 자영업의 길이 지옥으로 가는 길이었던..거지요. 먼저 부동산에서 소개한 곳을 여러 곳 둘러보고 점점 더 돈이 필요한 현실을 알게 되고, 인테리어도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업하고 처음엔 그래도 매상이 꽤 올랐는데..동네에 없던 동종업이 계속 늘어나니 출혈경쟁이 시작되고, 끝내는 코로나 19가 덥치고..

[정신건강학과 의사는 대한의 말을 듣기만 할 뿐 딱히 별 조언을 하지 않았다. 대한은 슬슬 화가 났다. 돈이 아까웠다.
“저기 선생님, 듣기만 하지 마시고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신데요?”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솔루션이요.”
“음, 그럼 약 먹지 않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옳거니. 원하던 대답이었다.
“좋아요, 어떤 거든지요.”
“사장님처럼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 인터뷰를 해보세요. 그리고 한 편의 기사처럼 정리해서 블로그 같은 데 올리는 거예요.”]
p86

뭐, 실제로 이런 인터뷰를 제안할 정신과 의사가 있을까만은…대한에게는 아주 적절한 치유책이었어요. 대한은 주변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면서 우리 보통의 자영업자들의 삶을 소개해줍니다. 저도 정말 생생하게 배웠네요. 모두들 열심히 성실히 살면서 나름의 삶을 이어나가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헛발질하는 것을 알았을 때의 처절함을 적나라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씁쓸했어요.

[새벽에 출근하는 게 나 혼자 하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거,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아침에 해 뜰 때 일어나서 우아하게 커피 한잔하고 아침 방송 보고 싶다는 생각, 아마 그 버스 타는 언니, 동생들도 다 할 거야. 아, 첫차를 타는 사람들은 멤버가 거의 정해져 있어서 알음알음 안면을 텄어요. 그래서 서로 언니, 동생 하고 부르거든요. 이름하고 속사정은 몰라도 어느 정거장에서 내리는 언니, 그보다 미리 내리는 동생 하면서 아는 거죠…(중략)..다들 어딘가에서 청소도 하고, 나처럼 음식도 하고 그러겠죠. 혹시 인터넷에 내 인터뷰가 올라가게 된다면 나 혼자 대단한 일 하는 거 아니라고, 우리 첫 차 멤버들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넉넉하진 않아도 최대한 다른 사람한테 폐 안 끼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p167

새벽 첫차의 풍경, 고달프고 정신이 아직 몽롱한 출근길, 저도 한때는 그런 지하철을 탔었지요. 그때는 군기가 팍 들어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갔던 출근길이었지요. 거기서 보았던 그 얼굴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이 있어서 우리가 무사히 살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원하지 않는 삶으로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자영업보다는 택배일로 생계를 꾸리는게 낫다고 하니..

[대한은 세상에 어려운 건 자신뿐인가 싶었다. 아니, 우리뿐인가 싶었다. 이런 시국에도 대박집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괜한 자격지심에, 상위 1퍼센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만 피를 보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도 아니고 대기업에 다니지도 않지만 우리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면서 매달리고 싶었다. 우리도 같이 살자고, 제발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p205

마지막 장은 [먹고사는 일은 태초부터 쉽지 않았다]라는 제목인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 생깁니다…이것은..읽어보시는 분이 아실 수 있는 내용! 아마 욕나올 듯 하나, 이 역시..어쩔 수 없는 일.

#안녕하세요_자영업자입니다
#이인애
#문학동네
#코로나19시대에_회사밖으로나온_초짜자영업자의_생존분투기
#자영업자여_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