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지금, 어떻게 혼자서 나이 드는 삶을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은 커플로 살거나 솔로로 살거나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가 아닐까싶습니다.

이 책은 솔로를 선택한 중년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기존의 관념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솔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꽤 있고, 사별이나 이혼으로 솔로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혼자여서 힘들꺼다라는 선입견이 뿌리깊게 있는 고정관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여지없이 그런 고정관념을 흔들어 주어 정신차리게 해줍니다.

[노년이 그리 멀지 않은 60세를 비혼으로 맞이한 느낌은 어떨까. 그는 “이대로 충분하다”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중략)..
그는 2021년에 60세를 맞아 스스로 통과의례를 기획했다.’돌아온 말들’이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당신에게 했던 말 중 기억에 남아 있는 말을 나에게 들려주세요”라고 요청한 것이다.]
p30

“이대로 충분하다”. 얼마나 멋진 말인지요. 나이 60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돌아온 말들 프로젝트도 한번 시도해볼 만한거 같아요.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1인 가구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혼삶’을 지속적인 삶의 방식으로 채택한 에이징 솔로 여성이 왜 아직도 앞에서 인용한 연구 참여자의 설명처럼 ‘폭력’적 ‘무게감’이 실린 눈초리를 받는가 하는 점이다. 전통적 가족의 모습에서 이탈했다고 해서 왜 ‘남편도, 자식도 없는’ 결핍의 인생이라고 바라보는 걸까? 왜 외롭고 힘들 거라고만 짐작하는 걸까..(중략)..
다른 모든 기혼자와 마찬가지로 에이징 솔로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풍성한 삶을 살며 동시에 각자의 고난과 풀어야 할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누구에게 권할 것도, 비난할 것도 아니고 그저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에이징 솔로가 유별나 보이지 않고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이루고 싶은 소망 중 하나다.]
p39

[이 책에서 다룬 에이징 솔로 세대와 사뭇 결이 다른 20~30대 비혼 여성이 더 나이 들었을 때 한국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내 좁은 시야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결혼제도를 선택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증가하는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중략)..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남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p60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생 현상의 구조적 원인은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의 이기심과 페미니즘이 아니라,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가부장 문화에 있다.
2022년 4월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p73

[혼자 사는 사람이 빈곤한 상황에 부닥치고 고립됐을 때 겪는 어려움은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의 부정적 영향은 단지 심리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에는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우는 것만큼이나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고립의 시대」를 쓴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외로움을 애정이나 동반자, 친밀감을 상실한 느낌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그는 외로움을 “우리가 친밀하게 느껴야 하는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이면서 우리 자신과 단절된 느낌, 사회와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제대로 지지받지 못하는 느낌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배제된 느낌”으로 정의했다.]
p87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보다 각기 다른 친밀한 관계를 여럿 갖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더 높여준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슬퍼서 위로가 필요할 때, 행복한 일을 같이 나누고 싶을 때, 불안을 누그러뜨려야 할 때 등등 서로 다른 감정을 나눌 각각의 관계를 여러 개 가진 사람이 그 모든 감정을 아주 가까운 소수의 관계에서만 나누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감정을 다룰 특정한 관계를 그냥 관계 대신 감정 관계라 불렀는데, 그런 감정 관계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더 놓여준다고 했다.]
p123

혼삶에 대한 선입견들, 혼삶의 여러 사회경제적 제약, 그럼에도 혼삶도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희망이 보였어요. 혼삶은 어쩌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려면 여러 고난을 헤쳐나가는 지혜가 발휘되고 진짜 삶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알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비비”는 2003년 전주여성의 전화를 중심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해답을 얻는데 큰 인사이트를 얻었지요.

[비비는 2010년부터 계속 비혼 여성들과 만나면서 각자가 가진 삶의 주요한 고민을 마주해 왔는데 “많은 경우 그 삶의 종착역이자 해법은 안정된 주거”라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주거권은 내 소유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 가지 요건을 갖춘 권리였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이웃, 그리고 내가 갑작스럽게 이동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집. 이 세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내용의 권리”가 비혼 여성이 바라는 주거권이라고 설명했다.]
p207

[우에노 지즈코는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서 죽는게 뭐가 나쁘냐면서 고독사 대신 “재택사”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에서 “자기 집에서 살면서 방문 간병, 방문 간호, 방문 의료 3종 세트를 추가”하면서 충분히 혼자 살고 혼자 죽을 수 있다고 말한다.]
p246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생과 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절실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하게 나이듦을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통해 더 그렇게 된 것 같아 감사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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