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한 번쯤 들어본 변증법적 행동치료(DBT))의 창시자 “마샤 리네한” 박사입니다. 이 분의 생애와 DBT의 탄생을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심리학자들이 오랜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심리학 이론들은 대부분 그들의 생애와 관련이 있지요. 자신의 삶을 투영하다보니 그 이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되는 건데, 그래서 리네한 박사의 생애와 DBT는 매우 그녀스러운(!) 면모를 보입니다.
이 책의 첫 장면은 마지막 페이지까지를 관통합니다. 그녀가 입원해서 지옥을 맛봤던 병원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올라왔을까요..
[행동치료사로서 우리는 비참해지길 선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는다. 비참한 상태는 그 사람의 과거나 환경의 어떤 요소로 인해 유발되는 것이다. 또 우리는 변하길 원치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는다. 누구나 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중략)..
나는 내담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이런 관점을 취한다. “당신은 당신 삶에서 필요한 일이 뭔지 알고 있어요. 단지 그걸 이룰 방법을 모를 뿐이에요. 당신의 문제는 당신에게 적절한 동기가 있더라도 적절한 기술이 없다는 거예요. 내가 그 기술을 가르쳐줄게요.”]
p39
내담자에게 이 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싶습니다. 이전 ACT의 책을 소개했는데 DBT는 ACT의 적극적인 리더?같은 느낌이었어요. 저하고도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견해를 많이 피력하니, 리네한 박사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렇다고 내담자를 무력한 존재로 보며 가르치려고만 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 상황을 엄마가 내가 튤립인 걸 알아보고 필사적으로 장미로 바꾸려 했다고 비유한다. 엄마는 내가 장미가 되면 훨씬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지금도 장미로 변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을 갖추지 못했다. 이 튤립 대 장미 이야기는 내가 DBT 상담에서 내담자에게 말하는 방식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당신이 튤립이라면 장미가 되려 애쓰지 마요. 대신 튤립 정원을 찾아 가세요.]
p103
‘나 답게 살자’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끊임없이 여동생의 외모와 비교당하며 자란 리네한 박사, 미국 남부 여성성을 강요한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투쟁기를 보며 저의 어린 시절도 생각났지요. 남자만 잘 만나면 된다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면 할수록 이상한 여자 아이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고, 사실 지금도 강도가 약간 달라졌을 뿐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네한 박사가 살아왔던 60-70년대는 더 심했던거죠. 엄청난 모터를 입에 달고 다닌다는 별칭을 가졌던 소녀는 점점 눈치를 보고 행동까지도 위축되고 심한 우울증 상태에서 자해를 했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감당 안되는 아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서 사회규범에 따른 아이로 순종적인 아이로 세탁하고 싶었을겁니다. 억울하게 입원당한 아이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을 전공하고 DBT를 만든 리네한 박사의 내면의 힘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기파괴적 행동을 막고 웬만한 수준의 거처에서나마 쫓겨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절주 규칙을 부여한 것은 나중에 내가 “살아볼 만한 인생 만들기”라고 이름 붙인 작업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살아볼 만한 인생을 만드는 것이 DBT의 대체적 목표점이다. 스스로를 위한 이상적인 삶을 펼칠 여력은 없더라도 긍정적 요소를 지닌 살아볼 만한 삶을 누리기 위한 충분한 통제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p123
[시카고로 이사해 일자리를 찾겠다는 내 계획을 채 다 설명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날카롭게 말했다. “네가 시카고에서 어떻게 직장을 얻어.” 당신은 아마 솔직한 충고를 해주고 싶었을 테고 내 과거 이력을 생각하면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를 혹은 내 결심을 잘 몰랐다.
이 역동은 이후 반복적인 패턴이 됐다. 사람들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면 나는 ‘두고 봐, 거뜬히 해내는 걸 보여줄 테니’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내담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냈다. 믿으라, 당신이 믿든 그렇지 않든, 믿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당신은 믿어야 함을 믿으라고 나는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있다.]
p136
저는 이 부분에서 빛이 나오는걸 느꼈지요(신비주의 아님;;ㅎ). 비록 끈기가 리네한박사보다는 한참 밑이지만.. 저도 어머니에게 많은 수치심을 느꼈고 뭘 해도 안될거라는 것부터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인생을 보자면, ‘거뜬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담할 때 내담자에게 당당할 수 있었어요. 제 자신이 희망의 증거가 되어 줄 수 있으니까 말이죠.
[입원 병동에서 지옥의 수감자로 추락했을 때부터 나는 내가 두 개로 분리되기라도 한 것처럼 나 자신을 3인칭으로 생각하고 칭해왔다..(중략)..하지만 그 순간 나는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 구름 위를 나는 사람처럼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 정신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p167
[내 이름이 불리고 나는 단상으로 올라갔다. 내가 결국 무엇을 이뤄냈는지 생각하는 순간 거의 황홀경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 10년 전 폐쇄 병동을 떠나며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깨달음이 전율로 변했다. 학장님이 내 머리 위에 그 아름다운 벨벳 학사모를 씌워주던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결국 입증해 보였어. 사실 모두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줬어.’]
p190
부모와 세상이 담아 낼 수 없는 그릇이 있습니다. 그들보다 훨씬 큰 그릇이 필요한건데 작은 그릇으로 구겨넣고 통제하고 싶은 그런 아이들이 있지요. 저도 그런 아이 중에 하나였을거라 짐작합니다. 어리기 때문에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니 기특하도다!
[나는 DBT 여정에 들어서도록 이끈 것은 두 가지 깨우침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깨우침은 내담자의 인생 속 비극을 수용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내담자 역시 자신의 인생 속 비극을 수용해야 한다는 깨우침이었다. 나는 변화 속도가 더뎌도, 내담자들이 공격하고 역정 내도, 내가 해주길 바라는 행동을 내담자가 거부해도 이를 수용해야 함을 깨달았다.]
p333
리네한 박사는 왜 변증법이라는 말을 썼을까요? 마르크스 경제학에 나오는 말인데 말이죠. 그건 이 책에 나오니까! 꼭 찾아보길 권합니다. 아주 아주 중요한 개념이지요. 이 책의 후반부는 일반 대중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상담수련 중이거나 DBT를 알고 싶은 분들은 끝까지 꼼꼼하게 보길 권합니다. 이 책을 읽은 후 DBT를 더 공부해보고 싶은 분들이 생기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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