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빈 얄롬은 실존주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교수이며 죽음과 삶에 대한 주제로 이미 여러 저서들과 강의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이론에 관한 한 빠삭한 대가, 그러나 그의 영혼의 단짝인 부인 메릴린이 골수암으로 진단받고 끔찍한 투병생활을 1년간(남편을 위한 투병생활) 하다가 조력자살을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은 이론적인 설명이 닿지 않은 실제였지요. 이제 우리 부부도 나이가 50대가 되어보니, 뭔가 준비가 덜 되어있음을 느꼈지요. 노년에 대한 준비는 돈만이 아니라 마음가짐과 태도, 가치관도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배웠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는 분들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보길 권합니다.

[1980년에 쓴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 어브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별로 후회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죽음을 대면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썼다. 우리가 함께 살아온 긴 인생을 돌이켜 보면, 우리는 별로 후회할 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가 매일 당하고 있는 육체적인 고통을 참아내는 일을 좀 쉬워지게 하지는 못할 뿐만 아니라 서로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편안하게 하지도 못한다. 어떻게 우리는 불행에 대항해서 싸워야 할까? 어떻게 우리는 생의 마지막까지 의미 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
p 2

[2000년전에, 세네카는 말했다. “삶을 막 시작한 사람은 죽음을 당당하게 준비하지 못한다. 우리는 충분히 살면서 죽음을 우리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인생을 배우려면 일생이 걸린다.” 훌륭한 문장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문장가인 니체는 말했다. “편안하게 사는 것은 위험하다.” 니체의 다른 문장 역시 마음에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죽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빨리 죽는다. 적절한 때에 죽어라!”]
p6

[친한 친구를 잃고 죽음의 공포로 슬픔에 잠긴 여자 환자와의 인터뷰에 대해서 쓴 글이었다.
“죽음에 대해서 무엇이 가장 두렵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내가 해놓지 못한 모든 일들이 두렵지요.”
그 말이 특별히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 점이 내 치료의 핵심이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살아지지 않은 삶 사이에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살아내지 못한 삶이 많을수록 죽음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는 것이다.]
p71

요새와서 깨닫는 것과 맥이 통하는 부분, 나는 만족하는가? 그 질문에 yes? 생각해보면 만족이라는걸 배운 적이 없어요. 앞으로 달려야 한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 욕심은 계속 내야 하는 것이다..! 저의 초자아에 도전을 하는 중이지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게 된다면, 죽음도 자연스러운 일임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장의사들이 메릴린의 시신을 가지고 간 후에 나는 충격에 빠져있었다. 나의 마음은 우리들의 글쓰기 프로젝트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그 작업은 나만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 장면을 기억해라. 나는 나에게 말한다.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기억해라. 나의 마음속을 스쳐간 모든 것을 기억해라. 그래야만 나는 이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절대로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p171

결국 어브는 메릴린을 보내고 혼자서 적응해야 했지요. 결국은요. 그는 사별한지 88일 후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메릴린이 어브를 꼭 안아주는 사진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 따뜻함이 저에게도 전해졌어요. 그러면 된거 아닐까. 그때 그 장면이 사랑이었다면 지금도 그걸 느낀다면 후회없는 만족한 삶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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