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좀 섬뜩해서 ‘여름에 읽을만한 미스테리 소설이구나’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피부색이 다른 70대 할머니들입니다. 이들이 벌이는 살인이야기에는 여성들이 처한 서사들이 있지요.

필라테스를 끝내고 차 한잔하는 무료한 할머니들. 이들은 오래 만났지만 사적인 경계를 두는 그런 분들이었죠. 잡담을 나누고 있던 그녀들에게 도움을 다급하게 청하는 니나가 불쑥 나타나면서 일이 시작됩니다. 세 할머니들은 각자의 이루지 못한 과거의 결심을 니나를 구출하면서 승화되게 합니다(벌써부터 멋지죠?).

[“그렇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네.” 내가 말했다. “내 말은, 어느 정도야 중요하겠지만, 우리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나? 그놈은 악랄하니까. 악랄하고 포악해. 대안이 있을까? 목숨이 달린 문제라면 돈은 생각할 필요도 없잖아.”
마지막 몇 마디를 말할 때 내 목소리는 갈라진 것 같았다.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는 보다 일찍 행동을 취했더라면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확신했더라면 나는 다른 일들을 이뤄냈을 것이다.]
p14

보다 일찍 스스로를 확신했다면, 나는 무슨 일들을 이뤘을까요? 나의 70대에서 나의 50대를 바라본다면 뭘 하라고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지요. 잠시 그건…뒤로 하고..

[“우린 널 해치지 않아. 무엇보다 너무 늙었어. 네가 훅 불면 날아갈 거란다, 진짜로.”
문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는데 거의 웃음 같은 소리였다..(중략)..고백하자면 그 모습이 까마득히 외로워 보여 내 마음속 뭔가가 꿈틀거렸다.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뭔가가. 이 아이는 나와 연결되어 있다. 그게 내가 느낀 감정이었다. .(중략)..눈물로 얼룩진 그 얼굴이 내 안의 빗장을 연 것만 같았고, 그 아이 뒤에 있는 사람들,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그 모든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렸다. 그들이 보였고 그들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세상과 다시 연결되어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p35

[“나는 한 번도 헨리에게 맞서지 못했어.” 메그가 말했다. “내 남편, 헨리 말이야. 난폭하게 굴지도 몰라서 정말 단 한 마디도 맞서지 않았지. 뭐, 끝까지 그랬던 건 아니긴 하지만. 다들 괜찮다면 내가 지금 하고 싶어.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 하겠어.”]
p224

[대프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각자의 사연을 서로에게 짐 지우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건 여성들이 짐을 이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사연의 무게를 함께 견딘다.
“이번엔 제대로 할 수 있을거야.” 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리할거야.”]
p278

사적인 이야기는 참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나눠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하지요. 마음을 나눈다는건 상대방을 믿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 인간에게는 숙명처럼 이런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를 보듬고 지탱해가는 힘이 생기거든요. 오래된 관계라 할지라도 그런 나눔이 없다면 빈껍데기 같은 관계여서 공허함을 느낍니다. 특히 가족, 부부에게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나는 남을 위해 비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던 것을 떠올렸다. 전혀 모르는 남을 위해 가스실 대기 순번을 교환해준 사람, 미친 인간이 총을 들고 걸어들어올 때 교실 입구를 막았던 사람, 배가 가라앉을 때 남들을 먼저 태운 사람, 대학살이 벌어질 때 어린아이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감싼 사람, 이 모든 일을, 그 이상을 해낸 사람들. 사람은 놀라운 존재다. 나도 나설 필요가 있었다.]
p289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요즘, 용감한 이 세명의 할머니들의 투지는 저에게 활력을 주었습니다. 나이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멈춘 것은 아니다, 진정성은 늘 용기를 가지게 한다, 나의 70대가 기다려진다?!

#초보자를위한살인가이드
#문학동네
#로절린드스톱스
#여름엔스릴러
#할머니세명이보여준스펙타클스릴러소설
#초보자를위한살인가이드_서평단
#서평단
#니나를구해내자_세할머니의구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