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무서움”이 더 할 것이다.?저자가 직접 생존자들을 만나 직접 들어서 그런지 에피소드들이 매우 생생하다..
이 책의 저자 로렌스 곤잘레스는 “생존: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칙”을 쓴 후 그 책의 후속으로 “트라우마여, 안녕”을 썼다. 이 책의 첫 장엔 “나의 아내, 데비에게”라고 쓰여있다. 여느 책들과 비슷한 시작이다. 하지만 아내 데비는 암 수술과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그런 그녀는 늘 재미있고, 아이 같은 천진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줄 안다. 그 영향으로 저자는 어떻게 이런 고통 속에서도 심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트라우마라』는 용어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더 궁금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심리치료가 아닌 일상에서 그들이 극복했던 일들을 소개한다.
뜨개질, 글쓰기, 걷기, 외국어 공부하기, 외국에서 살기, 더 일하기, 골프치기(몰입하는), 농담하기…
굉장히 압축해서 말했지만 다 심리적, 생물학적 이유에서 이런 것들이 효험있다고 밝혀지고 있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뜨개질에 몰표하고 싶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뜨개질을 몰입과 생산성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고, 바로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서촌에 뜨개공방을 찾아 바구니를 뜬다고 내 인생 최초로 밤 12시까지 뜨개질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많이 외로웠나보다. 그때 나도 모르게 몰입감으로 신나 있었던 걸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 그 바구니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 경험이 언젠가는 뜨개질을 꼭 다시 하고 싶다는 동기로 간직하게 되었으니 어쨌든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였던 앤 우드는 5살짜리 딸을 잃었다. 그 상실감은 충격적이었고, 그 슬픔을 간직한 채 영혼을 부식시켜갔다. 그녀는 우연히 손에 잡힌 뜨개질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이런 어이없는 해결책?! 뭐야, 뜨개질? 겨우? 대단한 테라피가 아니네.. 처음에 누군가가 권했을 때 앤 또한 손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한다. 뜨개질을 하다가, 옆에 사람을 가르쳐주다가, 모임이 되었고 사람들과 함께 좋은 서로 영향을 주며 성장했다. 앤은 자신의 삶에 뜨개질이 미친 영향에 깊은 감명을 받아 “뜨개질 모임”이라는 소설까지 쓰게 되었다. 놀랍지 아니한가?
그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이 앤의 뜨개질에 꽂힌건 뭘까. 나의 개인적 이유일 것이다. 나의 엄마는 뜨개질해서 옷 입히고 자랑스럽게 쳐다보는 걸 좋아하셨다. 난 그 옷을 입기 싫었다. 세련되지 않아서다. 나하고는 취향이 영 다른 엄마에게 반항하며 안입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화내고 얼르고… 결국 입어주고(!) 효도했다. 뜨개질하면서 엄마는 푸념을 늘어놓았고, 도대체 저럴거면 뭐하러 저런 뜨개질을 하나 이해가 안되었다. 지금도 친정집에는 그때 만들었던 이불이며 방석이 있다. 그 당시의 나이가 된 나는 이제서야 “엄마도 스트레스를 그렇게 풀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번 추석에도 어딜 놀러갈까 고민중인데 하필이면 이 책의 후반부에..부부가 산에 갔다가 곰에게 습격을 당한 에피소드가 나오는 것을 보았으니….. 산행은 좀 꺼려지게 된다.. 이런 뭐 소소한 영향이 있긴 하나, 생존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해결을 하고 지내는지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은 매우 큰 학습이다.
트라우마를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