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생애를 훑다보면 얘기치 않은 비밀들이 튀어져 나옵니다. 각자의 개인 생애를 훑어봐도 그렇지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다보면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모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데 이 책이 그런 것 같습니다.
소도시를 배경으로 여관을 경영하는 기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주인공 류세이, 여름 방학이면 여관으로 여행을 오는 기쿠 할머니의 손녀 릴리, 우연히 만나 마음을 온통 빼앗겨버린 귀여운 강아지 바다.
지금이 한창 여름이니,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계절에 책을 읽게 되어 더 생생함을 느낍니다.
[릴리는 해마다 여름이면 도쿄에서 특급 ‘아즈사’를 타고 찾아왔다. 어린 나에게 여름은 곧 릴리고, 릴리는 곧 여름이었다..(중략)..나는 매년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막상 만나면 울보라느니 코흘리개라느니 뽈록 배꼽이라느니, 아무리 어린애고 또 전부 사실이라도 들으면 기분 좋지 않을 말을 거침없이 해 대는 탓에 속상했지만, 그래도 릴리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렜다.]
p12
어린 소년의 마음이 풋풋한 사랑으로 번져가는 것이 보이는 듯 합니다. 릴리는 모험가스럽게 여러 체험을 거침없이 해내곤 하죠. 그걸 바라보는 류이치는 늘 밀리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건 너무나도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나의 어린 시절도 골목길에서 많은 탐험을 하고 문열려있는 집에 들어가 인사하고 점심을 얻어먹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좀 아찔하지만요;;
어린 시절 가득 추억이 쌓인 여관이 불타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이후 류세이의 마음과 몸도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가장 사랑했던 바다의 죽음 이후로요.
[“살아 있으면 꼭 좋은 일도 있는 법이야. 신께선 그렇게 심술궂은 일은 하지 않으신단다. 선하게 살기만 하면 언젠가 자기한테 돌아오는 법이야.”]
p202
기쿠 할머니의 이 말씀은 늘 듣던 말이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음미해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의 가치관을 잘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서게 했어요. 릴리와 류이치의 사랑? 우정?으로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상황을 함께 겪게 됩니다.
[“할머니, 천국에도 가족이 많으니까 외롭지 않겠지?”
“그쪽에선 바다하고도 사이좋게 잘 지낼 거야.”
나도 작은 불꽃을 보며 대답했다.
“난 기일이란 게 그 사람이 죽은 날이라고 내내 생각했는데….”
얼마 있다가 릴리가 말했다..(중략)..
“사실은 천국에서의 생일인 거야. 그러니까 전혀 슬픈 날이 아니야.”]
p360
패밀리 트리의 마지막 장식은 릴리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함으로써 한 가족의 트리가 계속 이어짐을 보여줍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자라는 모습을 통해 나의 모습까지도 투영되었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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