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 Mcwilliams의 저작 3권

Nancy Mcwilliams 박사의 『정신분석적 진단』, 『정신분석적 사례이해』,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는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그리고 현장에서 임상가로 활동하고 있는 상담심리전문가들에게는 금과옥조같은 명저이다.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책이기에 마음작업실 풀다 홈페이지 오픈 기념으로 이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은 타이밍인가? 예전에 읽었다면? 글쎄..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경험이 쌓이고 인생에 대한 깊이를 알기 시작할 때 읽은 것이 더 맛있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 작년 Nancy Mcwilliams박사가 한국에 온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렸던 워크샵을 드디어 수강하고 책들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함께 공부하는 모임원들이 있어서 강제성을 띠며 읽었는데, 3권을 모두 읽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정신분석적 진단 : 성격구조의 이해』는 성격구조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를 가능한 한 흥미롭고 공감이 가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좋은 진단적 개념화의 임상적 유용성을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 왜 진단이 필요한지, 고전적 추동이론부터 자기심리학, 대상관계이론을 훑어보고, 일차적 이차적 방어, 성격구조의 유형에서 반사회적, 자기애성, 분열성, 편집성, 우울성, 피학성, 강박성, 연극성, 해리성 성격구조에 대한 개론적 설명을 볼 수 있다. Nancy Mcwilliams 박사가 정신분석적 치료가 본인의 소명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당시 뉴욕시에 있던 Freud의 제자 Theodor Reik와 면담을 했는데, 치료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는 “우선 당신은 분석을 받아야 해요”라고 말해 Nancy Mcwilliams 박사가 받아본 조언 중 최고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치료자의 자기분석은 매우 중요한 것이리라. 자신을 제대로 볼 줄 모른다면, 내담자가 보일까. 늘 닦고 닦아야 하는 거울이 되는 것이 치료자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은 한장마다 더 읽을거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시한다. 부록에는 진단 면접 양식의 예를 제시하니, 대학원생들이나 수련생들은 읽고 또 읽는다면 처음 세션에서 어떤 것을 염두하면서 물어볼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늘 부족함을 느끼는데 좋은 문헌들은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에 막힌다. 연구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 좋은 저작들을 제대로 번역해주면 좋으련만..

『정신분석적 사례이해』에서는 진단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초점을 둔 책이다. 저자는 『정신분석적 진단』에서 성격구조를 평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을 뿐 어떻게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설명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정신역동적 치료자들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행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V까지 나온, 저자는 DSM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에 제시되는 장애의 진단기준에 따라서 내담자를 이해하지 않는다. 훌륭한 치료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담자를 복합적인 전체-약점뿐 아니라 강점을 지니고 있고, 병리적 증상뿐 아니라 건강한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잘못된 현실인식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울 만한 현실 판단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가슴을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SM의 탄생 배경이나 그와 관련한 책들을 보면…정말 기가 막히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하지만 어쩌랴.. 편리한 진단방법이니 약처방도 쉽고 환자들은 봉인 것을. 이 책에는 사례이해와 심리치료의 관계, 면담방식, 변화불가능한 요인, 발달적 문제, 방어, 감정, 동일시, 관계양상, 자존감, 병리유발적 신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이론적 틀과 예시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Nancy Mcwilliams 박사의 조언을 한번 들어보자.
– 내담자를 한번 만나고 파악할 생각말라
– 처음 만난 한시간 면담에서 그 사람의 고정적 특성, 발달문제, 방어, 감정, 동일시, 관계패턴, 자존감의 유지조건, 병리유발적 신념에 관해 추측할 수 있어야 하느니..
– 가설을 세우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기법은 때려치워라
– 사례회의를 할 집단을 찾아라
– 치료자가 내담자의 실제적 감정, 상상, 신념, 행동에 매우 깊은 호기심을 가진다고 내담자에게 반복해서 알려라
–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려깊은 치료자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지혜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거대한 압력에(제약회사, 의학계, 정치적으로 이용할 세력들) 직면해 있는 이 시대에 진실을 말하려는 의지야말로 우리가 지닌 가장 강한 버팀목이다.

Nancy Mcwilliams 박사는 스스로를 ‘책을 쓰게 만드는 벌레에 물려 감염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위트있게 말했지만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쓰는 데 여러 달 동안 주저했다고 한다. 억지로 틀에 맞춘 치료기법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부정하기 때문이었다. 진단에 상관없이 내담자와 맺게 되는 치료적 관계의 핵심적 특성을 정리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또한 한 인간을 이해하고 최대한 성장하도록 돕는 소중한 노력을 백안시하는 요즘 정치적, 경제적 압력을 극복하기 위함도 있다고 한다. 우울증, ADHD약도 이젠 건강보험 처리되는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약과 치료들이 난무할 것인가하는 개인적 고민도 포함한다면.. 미국 사회의 변화 모습에서 오는 개탄스러운 현실은 우리가 당면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정신분석적 감수성, 치료자, 내담자의 준비, 치료의 경계, 치료과정, 2개의 사례,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 얻는 부수적 교훈, 직업적인 위험과 만족, 치료자의 자기관리를 공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사설 상담실을 오픈하면서 겪는 실제적인 일들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 한국사회의 상담계는 속 빈 강정같은 느낌이다. 외형은 커져서 대형 학회가 2개나 되고 그 외 각종 종교계, 예술치료, 놀이치료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학회들이 넘쳐난다. 일반인들은 어느 곳이 전문가들이 있는 곳인지 잘 모른다. 특히나 매스컴을 통해 마술적인 방법으로(단지 며칠만에, 아니 몇시간만에) 사람들이 달라졌어요를 외치는 장면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작고 초라한 일개인이 어떻게 자존감을 지키고 전문성을 유지할 것인가 의문이 들지만, 이왕 이 세계에서 의미있게 살고자 결심했으니..초심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초심초심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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